떠나느냐 남느냐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회사가 재정적으로 불안정 하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지난 1년간 월급이 두 번이나 늦게 나왔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이지만, 회사가 재정 상태를 자세히 공유해 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회사의 재정 상태를 냉장고를 통해서 파악한다^^; (사장 말에 의하면 투자자들이 회사 재정 상태를 직원들에게 얘기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비어 있는 냉장고를 볼 때마다 이 번엔 떠나야 할까 아니면 계속 남아야 할까하는 고민이 시작된다. 지난번에는 남기로 결정한 후에 밀린 월급도 다 받고 오히려 월급도 올랐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위 사진은 6월 말에 찍은 것인데, 이 사진을 찍고 몇 일 뒤 정말로 회사의 남은 자금이 한 달 반 정도 밖에 안남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회사는 Pay를 semi-monthly(월급의 절반은 15일에 나머지 절반은 마지막 날에 지급)로 을 지급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6월말, 7월 15일, 7월 말 Pay 지급 후에는 자금이 없다는 얘기다. 사장은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새로운 투자금을 받아오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절반의 성공 밖에 이루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에 사장을 포함한 미국 본사 직원을 거의 다 내보내고 남미에서 대부분의 일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우리 회사의 투자자와 고객이 모두 남미에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다)

이번에는 고맙게도(?) 떠나느냐 남느냐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회사는 직원 대부분이 스페인에서 온 사람이라서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알아듣지 못하게 스페인어를 쓰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도 나는 가장 늦게 소식을 알게 되는 사람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느낌이 있어서 지난 주부터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7월의 마지막 날 공식적으로 다음 주가 마지막 날이라고 얘기를 해주었다. 일주일 전에 이런 소식을 알려준 것은 유감이지만, 아직까지는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많다. 새로 가게 될 회사는 아마도 급여나 혜택 면에서는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 오기 전에는 두 달 동안 직장을 찾았지만 온사이트 인터뷰를 한 번도 하지 못했었다. 화상 인터뷰를 한 번 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 다니는 회사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특별히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소식을 들은 예전 동료들이 서로 자기 회사에 추천해 주겠다고 해서 이미 온사이트 인터뷰를 두 번이나 했다. 덕분에 알고리즘 공부도 좀 하고 인터뷰 연습도 좀 해서 오히려 나에게 플러스 되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새 직장을 찾는 일이 얼마나 오래갈지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남은 몇 일 동안 산타모니카의 날씨를 즐기면서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 그 동안 밀렸던 블로그도 좀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