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봇

Lean Startup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보면 피봇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A pivot is a "structured course correction designed to test a new fundamental hypothesis about the product, strategy, and engine of growth."

직역해보면

피봇은 상품, 전략, 성장 동력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고안된 구조적인 궤도 수정이다.

엄청 장황하게 설명이 되어있는데, 간단히 얘기해서 사업 방향을 변경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피봇에 성공한 예로 그루폰을 얘기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The Point라는 웹사이트로 시작되었는데 캠페인을 해서 돈을 모으거나 그룹을 만들어서 무언가를 하는 사이트였다고 한다. 이 웹사이트에 대한 사용자가 거의 없던 차에 창업자가 워드프레스로 만든 웹사이트에 같은 건물에 있는 피자 가게 쿠폰을 올렸더니 20명이 쿠폰을 사용했다고 한다. 20이라는 숫자가 크진 않지만 거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3년 뒤에 그루폰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우리 회사는 원래 카드 결제 서비스를 하는 회사였다. 한국에서는 VAN 사업자라고 불려지는 업종이다. 카드 결제를 받는 가게(Merchant)와 카드 결제를 처리하는 곳(Processor)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다. San Luis Obispo라는 도시에서 시작되었는데, 근처에 Cal Poly San Luis Obispo라는 대학이 있어서 대부분의 직원과 인턴들이 Cal Poly 출신이었다.

San Luis Obispo가 큰 도시는 아니어서 주로 Mom and pop shop(소규모이고 주로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을 대상으로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카드 결제에는 여러 이해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로 돌아오는 몫은 굉장히 미미했다. 카드 결제 서비스만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래서 우리 회사의 Pivot이 시작된 것이다.

일단은 인구가 많은 로스앤젤레스로 회사를 옮기기로 한 것이고 이 때 내가 회사에 조인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건당 수수료가 미미한 결제 서비스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주력하기로 했다. 핀테크에서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Gateway(온라인 결재 플랫폼), POS, 모바일 결제 등 여러 분야가 있지만 우선은 POS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재 분야에서는 PayPal, Stripe, Authorize.Net, Google Wallet 에 최근에는 Apple까지 진출한 상황이다.

반면에 POS 분야는 Square가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Square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기존의 강자인 Micros(오라클이 인수), Aloha(Radiant System이 인수 후 NCR이 Radiant System을 인수) 등은 기존 고객의 요구 사항을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가고 있는 방향은 모바일 POS, 그중에서도 Android POS인데, 모바일 POS 분야도 쉽지 않은 분야이다. 미국 최대의 결재 처리 회사인 FirstData가 인수한 Clover, Groupon이 인수한 Breadcrumb, 이커머스 회사인 ShopifyPOS,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POS를 하는 Shopkeep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용자들이 많은 것 같다. 그 Pain Point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우리 회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 같다.

한 가지 덧붙이면 지난 번에 얘기했던 엉망이었던 파트너쉽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파트너와 일을 시작했다. 이번 파트너는 사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이다. 보통은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터에게 회사의 일정 지분 (10~20%)을 주고, 인큐베이터는 자금 또는 인력을 지원해 준다. 하지만 역시 우리 회사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아니었다.

파트너: 너희 회사 지분 20% 정도 줄래? 우리가 개발자 지원해 줄게. 너네 개발자도 한 명 밖에 없다며?

우리 사장: Thank you, but no thank you. 우리에게 투자해 준다는 거는 고마운데, 회사 지분은 줄 수 없어. 나 돈 많은데 굳이 회사 지분까지 줄 필요는 없잖아. 개발자 지원해 주면 돈으로 줄게.

그래서 10명이 넘는 개발자를 지원받게 되었다. 이쯤 되면, 얼마나 돈이 있으면 이렇게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지, 몇 개월 후 이 프로젝트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지 아니면 또 다른 문제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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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지원한 회사들

Fullscreen에서 나올 즈음에 여러 회사에 지원했었는데, 그 중에 몇 몇 인상 깊었던 회사를 적어보려고 한다. 회사에 모바일 팀이 9명이었는데 한 명 두 명씩 다른 회사로 가고 마지막에는 3명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남은 3명은 언젠가 구조 조정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각자 틈이 나는대로 다른 회사에 지원했었다. Fender 일렉 기타,

By Byunguk Kim

Layoff 후에 해야 할 일

Layoff layoff는 누구나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사실 layoff를 원할 때가 있기는 한데 다음 회사가 정해진 상태에서 아직 회사에 퇴사를 얘기하지 않은 상태라면 layoff를 원하게 된다. 내가 원해서 회사를 나가면 Severance package를 받을 수 없지만 layoff를 당하면 Severance package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layoff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피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By Byunguk Kim

첫 번째 엑싯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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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ungu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