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체험기

8월 한달 간 구직 활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구직 활동을 하면서 나름 반성도 많이 했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 미국 회사, 미국에서 개발자로 살아가기 등을 소개한다고 했는데 이전까지 제대로 된 구직 활동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인터뷰 단계를 보면 Phone Screen(전화 인터뷰) -> Code Challenge(코딩 숙제) -> Online Coding(온라인 실시간 코딩) -> Onsite(현장 인터뷰) 등의 단계로 진행되는데 회사에 따라서 한 두 단계를 생략하기도 하고 더 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Online Coding을 해본 적이 없었고 미국 회사에서 Onsite 인터뷰를 해 본 적도 없었다. 아는 것도 얼마 없으면서 남을 가르치려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본론을 돌아가서 전 회사에서 Senior Android Developer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Android 포지션만 지원했었다. 현재 Mobile의 트렌드는 메신저와 비디오로 양분되는 것 같다. 지원했던 회사들의 80%가 이 두 가지 중 하나에 해당되는 회사였다.

이 글은 영어나 기술이 뛰어나서 회사를 골라가는 그런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개발자의 실패담에 가깝다. 하지만 어찌 어찌해서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나보다 기술이나 영어가 뛰어난 개발자님들에게 도전을 재촉하는 글이다.

메신저
  • textPlus: 구글 보이스와 비슷한 앱을 만드는 회사이다. 가입을 하면 실제 전화번호를 받을 수 있고 텍스트 플러스 유저 사이에서는 무료 통화/메시지를 할 수 있고 텍스트 플러스 유저가 아닌 경우에는 약간의 비용을 내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 예전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세 명이나 있는 회사라서 온사이트 인터뷰를 바로 했지만, 진행과정이 너무 느린 것 같다. 사실 인터뷰 본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합격/불합격을 알려 주지 않았다.
  • Whisper: 익명 기반의 메신저 앱, 에이전시를 통해서 지원했는데 연락도 받지 못했다.
  • Cyberdust: SnapChat과 비슷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메신저 앱. 코딩 숙제를 해서 보냈는데 자기네 폰에서 크래쉬 한다고 탈락. 3일 안에 어떻게 모든 폰에서 동작하게 하고 내 폰(Nexus 6: 구글 레퍼런스 폰)에서는 크래쉬 안한다고 항의도 해보았지만 무시당함.
비디오
  • Fullscreen: 유튜브에 컨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회사이다. 실리콘비치에서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한 회사 중에 하나이다. 여기에도 이전 회사 동료가 있어서 바로 온사이트 인터뷰를 했는데, 다행히(?) 이 곳은 불합격 여부를 3일 이내에 알려줬다.
  • WhipClip: TV에서 재밌던 장면이나 음악을 공유하는 앱. 저작권자와 계약을 해서 컨텐츠를 합법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이지만, 아직 유명한 컨텐츠 제공업체와는 계약이 안되어서 잘 모르는 컨텐츠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개발자가 이스라엘에 있어서 그 팀을 리드하는 역할이었지만 폰스크린에서 영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되었다.
  • Hulu: Netflix와 비슷한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온라인 코딩을 했는데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끝내지 못해서 바로 탈락.
  • Vyng: 통화 대기음이 아닌 통화 대기 비디오를 보여주는 회사. 폰스크린에서 JNI 경험이 없다고 후보에서 제외됨. 이력서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을 힘들게 전화까지 해서 제외시키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기타
  • Actv8: TV 광고와 모바일을 연동한 앱을 만드는 곳이다. 광고에 사람이 들을 수 없는 특정 패턴의 소리를 넣어 두면 TV에서 광고가 할 때 해당 제품이 모바일에 표시되고 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신용카드를 통해서 바로 결재가 가능하게 해준다. 합격한 곳 중에 하나인데 코딩테스트나 화이트보드 테스트 없이 1시간 면접 후 바로 다음날 결과를 알려주었다. 내가 지난 회사에서 모바일 결재를 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이 회사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복지 혜택등은 나름 괜찮은 회사였다.
  • NantMobile: 증강현실 앱을 만드는 곳이다. 온사이트 인터뷰까지 했는데, 증강현실이 대부분 C/C++ 라이브러리를 많이 사용하는데, C++ 사용한 것이 7년전이라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한 것이 없었다. 증강현실 데모를 보여줬었는데 인터뷰 본 곳 중에서는 이곳이 기술적으로는 가장 배울게 많은 곳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Honest Company: 한국계 기업가 Brian Lee와 배우 제시카 알바가 공동 창업한 유아 용품 회사. 혹시라도 지나가다 알바님을 볼 수 있을까 해서 지원해 보았는데 연락이 없다.
느낀점
  • 인맥이 있으면 중간 과정 생략하고 바로 온사이트 인터뷰를 할 수 있다.
  • LA 지역이라서 그런 지 은근히 한국인 개발자들이 많이 있고 다들 꽤 높은 위치에 있다.
  • 한국인이 인터뷰를 보면 영어가 더욱 까다롭다. 영어를 문제삼은 회사는 모두 한국인과 인터뷰한 회사였다.
  • 인터뷰 과정 중에 온라인 코딩, 화이트보드 코딩이 힘든 과정 중에 하나인데, 배운지 10년도 넘은 내용을 다시 공부해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들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런 과정 없이도 합격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 물론 이것들도 잘 준비해야 하겠지만, 이런 것들 때문에 겁먹고 도전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다음 회사는..

PolyPay라는 회사이다. Android 태블릿에 POS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업체인데, 개발자가 나 혼자이다. 내가 들어가서 상황을 파악한 후에 개발팀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다. 복지 혜택이 Actv8보다 좋지 않았지만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회사의 CEO, COO와 인터뷰를 했는데, 둘 다 투명하게 대화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한국의 개발자들을 몇 명이라도 채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몇 명의 개발자를 더 고용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한국에서 채용하려면 비자 문제도 있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취업비자를 받은 2011년은 2008년 금융 위기 때문에 불경기여서 취업하기 어려운 때였지만 반면에 취업비자 신청하는 사람이 적어서 아무 때나 신청해도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아무튼 실제로 개발자를 채용하게 되면 블로그를 통해서 공지를 하도록 하겠다. 그러니 Stay tu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