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 개월

지난 2주간은 Strep Throat이라는 병에 걸려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국어로는 패혈증 인두염이라고 한다는데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는 병이다.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 때문에 생기고 고열(103.5F ≈ 40C)과 두통, 그리고 목이 많이 붓기 때문에 침조차 삼키기 어렵다.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나 직장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2주는 정말 오랫동안 쉰 것이었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Strep Throat이 꽤나 알려진 병이라서 원인도 모르고 한 주를 쉰 후에 Strep Throat이라고 회사에 얘기했더니 한 주 더 쉬고 100% 컨디션으로 오라고 했다. 우리 회사는 급여를 2주에 한 번씩 지급하는데, 일을 하나도 안하고 급여를 받으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2주를 쉬었다고 해서 휴가나 병가에서 공제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유연함(Flexibility)이 내가 초기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규칙대로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초기 스타트업의 이러한 유연함도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나에게는 첫 3개월이 이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파트너사를 제외하고 순수 우리 회사 개발자는 여전히 나 혼자 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에서 나를 기술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래서 회사는 나를 고용하기 전에 Android 기반 POS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 지 컨설팅을 받았었다. 컨설팅 결과 UI만 변경한다고 할지라도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입사 후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특별히 많이 생각하지 않고 3개월 정도면 될 거라고 얘기했었다. 코드를 열어보고 후회도 했었지만, 다행히 3개월 안에 끝낼 수 있었다.

그 뒤로는 회사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나밖에 기술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큰 이유 중에 하나지만, 파트너사와 회의를 할 때에도 나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다. 단 한 가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개발자 채용에 관한 부분이다. 그 동안에도 개발자를 여러명 추천해서 채용하려고 했지만 회사가 수시로 정책을 변경하는 바람에 아직까지는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만간 내가 추천한 개발자가 채용되어서 그 개발자가 본인의 능력을 첫 3개월에 잘 증명해서 그러한 선순환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